Melody & Lyrics

가사가 정말 진심인 노래

cucaracho 2022. 7. 14. 23:32
그렇게 화내지 마요
그 말은 진심이 아니죠
이해를 할 수 없다면 그저 웃어 넘긴다면 어때요

 

 

김광진 - 진심 (1998)

 

이 노래는 듣고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는 노래다. 보통은 어떤 경험을 하든 눈물이 나기 전에 어느정도 사전작업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 노래는 이제 첫 문장 8글자만 들어도 바로 울컥해버린다. 괜히 한 줄 더 적어봤지만, 사실 내게 너무나 큰 충격을 주고 또 커다란 위로가 된 것은 첫 두 문장이다. '그렇게 화내지 마. 지금 그건 진심이 아니잖아'

 

이 노래는 워낙 오래된 노래라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취업 준비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듣게 되었다. 원래도 조용한 노래를 좋아하는데 취준생이라 아무래도 응원해주는 노래를 많이 듣게 된 것 같다. 옥상달빛의 <달리기>라든가, 미생 OST였던 이승열의 <날아>라든가, 이승철의 <아마추어> 등등. 어으 당시 내 플레이리스트를 다른 사람에게 들켰다면 부끄러워서 죽어버렸을지 모른다. 뭔가 괜히 오글거림... 그러고 보면 음악 취향은 지금 내 기분과 심정을 일기장보다도 더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취준할 때도 처음부터 찾아들었던 건 아니고 방금 말한 그런 음악들을 듣다보니 알고리즘에 떠서 자연스레 듣기 시작했다. 근데 흥얼거리다가 가사에 딱 꽂힌거지. 그땐 취준생이라 위에 언급한 가사가 아니라, '꿈만큼 이룰 거에요, 너무 늦었단 말은 없어요' 이 부분에 꽂혔다.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대놓고 힐링해주는 부분이라 오히려 지금은 웃으며 쓰윽 지나가는 부분이다.

 

직장생활을 한 지 이제 1년 반 정도 되니,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마주할 때가 생긴다. 타고난 재능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은 이미 반 년 전에 한 번 겪고 넘어왔고,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역시나 '사람 문제'... 노력이 부족한 건 애초에 고민거리가 안 되고, 능력이 부족하다 느끼면 한숨이 나오는데,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가 난다. 그러던 중 이 노래를 오랜만에 듣게 되었고, 그대로 왈칵-엔딩.

 

어쨌거나 가사가 전체적으로 참 큰 위로가 되고, 하 김광진 선생님 어찌 내 맘을 이리 잘 아실까 하는 노래다. 그리고 막연하고 그냥 좋은 말인 것 같은 가사들이 곱씹을수록 하나씩 그 의미가 깊게 드러나는 것이, 정말 좋은 가사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걸 느끼게 해준 구절이 첫 문장인, '그렇게 화내지 마요'인 거다.

 

그런데 얼마전 방영한 <싱어게인2>에서 정말 충격 그 자체인 일이 벌어졌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그래서 앞으로 노래 이야기 시리즈에서 두 번 이상 나올 수밖에 없는 브로콜리너마저의 보컬인 윤덕원 님이 참가자로 나왔는데, 그 분이 오디션에서 이 노래를 부른 것이다. 충격인 건 이 노래를 불러서가 아니라, 그런데 글쎄 내가 좋아하는 그 분이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저 '화내지 마요' 부분을 '포기하지 마요'로 바꿔서 부른 거다! (흥분해서 문장 다 망가짐) 같은 참가자들도 막 울고 댓글도 막 감동이라고 난리인데 나 혼자 노래 다 망쳤다고 쒸익쒸익거림 ㅎㅎㅎ 물론 나도 윤덕원 님의 음색 빨로 몇 번 울긴 했다.

 

 

※  The Classic Official에서 올린 '공식' 뮤비를 올리며 마무리.

공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영상 시작하면 알 수 있다. 노래는 0:59부터 나온다.

더 펑펑 울기 위해 라이브 버전을 많이 찾아봤는데, 녹음된 버전만 듣는 게 낫다...

https://youtu.be/bkdNg7UM2Q4

 

+ 내가 충격받은 그 영상. 첫 가사 바꾼 건 여전히 싫지만, 그래도 음색이 곡이랑 찰떡이다.

https://youtu.be/Bv5ViGC4gmI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