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아솔 가라사대: 전설의 시작

2022. 7. 17. 01:29Melody & Lyrics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 비 맞아시니 얼어잘가 하노라

 

 

브라운아이드소울 - 북천이 맑다커늘 (2003)

 

나에게 있어 음악 얘기는 빼놓을 수 없고, 음악 얘기에서 브라운아이드소울(이하 브아솔)을 빼놓을 수는 없다. 내가 가장 푹 빠져본 가수기도 하고, 발매된 모든 노래를 들어본 (아마) 유일한 가수기도 하고, 앨범 하나를 통으로 들으라고 하면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가수기도 하다. 사실 앨범 하나를 다 듣는다는 것은 엄청난 팬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앨범 하나에 10곡을 준비했다면 그 10곡을 다 좋아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곡을 안 넘기고 40분~1시간 정도의 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으니... 그런데 더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내가 평소 브아솔 얘기를 꺼내면 자주 듣는 FAQ를 짚고가자.

 

Q. 브라운아이드소울? 아 나얼 있는?

A. 그렇다. 

 

Q. 아아 브라운아이즈랑 다른건가?

A. 브라운아이즈는 나얼과 윤건이고 대표곡으로 <벌써1년>, <점점>, <가지마가지마>가 있다. 브아솔은 나얼,정엽,영준,성훈으로 이루어진 4인조 그룹으로 대표곡으로 <정말 사랑했을까>, <똑같다면>이 있다.

 

Q. 나얼이 한혜진이랑 사귀었다 헤어지지 않았나?

A. 그것도 10년 전이다. 그만.

 

인지도가 당연히 나얼>>>>정엽>영준>>성훈이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씁쓸한 대화 흐름이다. 그리고 저런 대화는 보통 '난 브아솔보다 브라운아이즈가 더 좋더라'라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뭐 어느정도 동의하긴 하지만 굳이 둘 사이에서 우열을 나누고 싶지는 않다. 브아솔에 대해서는 하고싶은 얘기가 많기도 하고 애초에 그들의 노래를 많이 들은 만큼 좋아하는 노래들도 한 가득이다. 그리고 그 노래들을 시간을 두고 찬찬히 소개할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말 입이 간지러워서 못참겠는 노래들은 바로 연달아 얘기하고자 한다.

 

1집 Soul Free 이 앨범은 브아솔 앨범 중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냥 전체 아티스트트 중에서 뽑는다고 해도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① 노래들이 다 좋아서고, ② 앨범 구성 전체적으로 완결성이 느껴져서다.

 

특히 브아솔의 첫 앨범의 첫 트랙인 <북천이 맑다커늘>의 첫인상은 정말 오묘했다. 브아솔의 상징인 화음에서 입이 벌어지는 신비함을 느끼다가 가사가 나오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북천이 맑다커늘..? 이게 정녕 21세기 노래가 맞는건가? (가사는 조선시대 임제의 시조다) 처음엔 이 노래를 듣고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나, 그룹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최적의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아솔 멤버들은 어쩔 수 없이(?) 동양인으로서 흑인음악인 Soul 음악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하려면 한국의 색이 가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룹명이 Brown-eyed Soul인 것까지 고려하면 이러한 해석이 큰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백인 가수가 soul을 하면 blue eyed soul이라고 하니까)

 

그 외에도 interlude 등을 통해 노래와 노래 사이에 자연스러운 연결과 흐름이 느껴지는 것이 요즘 앨범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편안함과 만족감을 준다. 앨범을 통으로 다 듣고 나면 연작소설집을 한 권 읽은 느낌이랄까? 애초에 요즘은 대중들에게 관심받기가 힘들어서 완결된 앨범을 기대하는 게 힘들다. 곡 하나에 올인해서 싱글로 내고 차트인하고 하면 성공이지. 사실 브아솔마저도 3집부터는 앨범에서 곡과 곡 사이의 연결을 포기한 것 같기는 했다.

 

마지막으로 브아솔 1집 커버이미지는 매직아이라고 한다. 근데 난 매직아이를 할 줄 몰라서 뭔지 모르겠다..

 

 

※ 아쉽게도 라이브 영상은 없다. 왠지 예전에 콘서트 영상으로 봤던 거 같은데.. 착각인가..

https://youtu.be/6XXA54rFXKY

 

+ 브아솔의 이 노래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던 중, 뜻밖에 국악 버전을 접하게 되었다.

왜 브아솔에서 소울을 입힐 대상으로 이 노래를 골랐을지 알 것 같다.

https://youtu.be/MX-X3gedynM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