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ody&lyric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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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건 알아, 그게 무서운 거지만 어쩌겠어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사랑 같은 말을 내뱉고 작은 일에 웃음 지어놓고선 또 상처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것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2022) 내가 음악을 듣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가장 흔한 이유는 '귀의 허전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길을 걸을 때나, 운동할 때, 운전할 때, 컴퓨터하면서 그냥 허전할 때 등. 내가 하는 일에 크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을 때인데, 이때는 노래에도 별 신경을 안 기울인다. 내 집중도를 행동이랑 귀에 반반씩 나누는 느낌이랄까. 또 다른 이유는 음악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때인데, 보통 자기 전이나 퇴근 후에 멍하니 있을 때다. 두 이유가 연관이 없는 건 아니고, 후자의 이유로 좋아하게 된 노래들을..
2022.08.01 -
소격동의 애매한 매력
너의 모든 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서태지 - 소격동 (2014) 예술의 매력은 애매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태지의 소격동은 그러한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노래다. 그러나 애매함 자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니고, 누구라도 도입무 3초만 들어도 이 노래에 반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곡은 굉장한 몰입감을 갖고 있어서 듣다보면 옛날에 살던 고향이 생각나며 감정 이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학이든 영상이든 음악이든 모든 예술작품은 필연적으로 해석이 따라붙게 되는데, 해석 과정이 특히 즐거우려면 앞서 언급한 애매함이 많아야 한다. 사실 이건 당연한 게, 애매하지 않고 확실해버리면 수용자가 해석을 할 필요가 없..
2022.07.31 -
현재완료형의 브아솔: 대중의 취향과 가수의 생명
※ 역시 영상으로 시작하는 브아솔 3연작의 마지막 글. 2019년에 발표된 브아솔의 최신곡(?!)은 오랜 팬 입장에선 2010년의 노래들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https://youtu.be/giZqfyD__s0 브라운아이드소울 - 그대의 밤, 나의 아침 (2019) 어떤 가수가 왜 사랑을 받는지를 말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애매하고 흔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듣고, "좋은 노래라서" 듣는다. (ex. 이번에 ㅇㅇ 노래 좋던데?) 하지만 반대 상황을 생각할 때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한 노래를 안 좋은 노래라든가, 별로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대중음악처럼 유행이나 취향을 많이 타는 영역의 ..
2022.07.19 -
브아솔 전성시대: 근데 이제 균형을 곁들인
※ 오늘은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브아솔 노래 정말 좋아하지만 신기하게도 가사가 인상깊었던 적은 없어요. 그렇다면 뭐가 매력이냐. 자극적이지 않게 감싸드는 R&B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가창력? https://youtu.be/C47pwk_cx5w 브라운아이드소울 - 비켜줄께 (2010) 브아솔의 (대중적인) 전성기는 단연 2010년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브아솔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살짝 전인 2009년부터다. 전성기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 판단한 거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있지만, 단순한 우연일 뿐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있다. 을 시작으로 리메이크 앨범의 를 통해 보컬로서의 인지도 정점을 찍은 나얼은 2007년에 브아솔 2집을 발표하고 전설적인 크리스마스 공연 영상을 남기..
2022.07.18 -
브아솔 가라사대: 전설의 시작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 비 맞아시니 얼어잘가 하노라 브라운아이드소울 - 북천이 맑다커늘 (2003) 나에게 있어 음악 얘기는 빼놓을 수 없고, 음악 얘기에서 브라운아이드소울(이하 브아솔)을 빼놓을 수는 없다. 내가 가장 푹 빠져본 가수기도 하고, 발매된 모든 노래를 들어본 (아마) 유일한 가수기도 하고, 앨범 하나를 통으로 들으라고 하면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가수기도 하다. 사실 앨범 하나를 다 듣는다는 것은 엄청난 팬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앨범 하나에 10곡을 준비했다면 그 10곡을 다 좋아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곡을 안 넘기고 40분~1시간 정도의 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으니... 그런데 더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내..
2022.07.17 -
데뷔 앨범 특) 그것은 바로 anti freeze
하늘에선 비만 내렸어 뼈 속까지 다 젖었어 얼마 있다 비가 그쳤어 대신 눈이 내리더니 영화서도 볼 수 없던 눈보라가 불 때 너는 내가 처음 봤던 눈동자야 검정치마 - Antifreeze (2008) 가사는 노래에 매료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 정도로 듣기 전에 입덕의 과정이 필요하다. 거창하게 입덕까지 안 하더라도 더 들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한 마디로 노래의 첫인상이 바로 멜로디인 것 같다. 특히 나는 노래를 하루 종일 듣고 있는 편이라 오히려 가사가 거의 귀를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새로 좋아하게 되는 노래나 아티스트는 다 멜로디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노래가 바로 그랬는데, 가사가 뭔지 집중해서 듣기도 전에 띵곡이네 띵곡이야 하면서 감탄했던 노래다. 이 노래는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멜로..
202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