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9. 00:45ㆍMelody & Lyrics
※ 역시 영상으로 시작하는 브아솔 3연작의 마지막 글. 2019년에 발표된 브아솔의 최신곡(?!)은 오랜 팬 입장에선 2010년의 노래들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실패한 것 같다.
브라운아이드소울 - 그대의 밤, 나의 아침 (2019)
어떤 가수가 왜 사랑을 받는지를 말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애매하고 흔한 표현이지만 우리는 어떤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듣고, "좋은 노래라서" 듣는다. (ex. 이번에 ㅇㅇ 노래 좋던데?) 하지만 반대 상황을 생각할 때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한 노래를 안 좋은 노래라든가, 별로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대중음악처럼 유행이나 취향을 많이 타는 영역의 경우, 가수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는 듯하다. 열심히 하면 성과가 나오고 그에 대한 인정과 보상을 받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구조일텐데, 연예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 하찮아 보이는 게 'B급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물들이 밀려나기도 하고, 대중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예능 등) 본업과 별개의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쓰다보니 평범한 직장인들도 딱히 다를 건 없어보인다. 객관적 판단보다 상사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제출하는 게 속 편하고, 업무 외에 조직 내 정치질때문에 피곤하기도 하니까... 어쩌다보니 '역시 가장 쓸 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 결론이 나와버렸는데, 암튼 그게 대중음악의 숙명이건, 연예계의 현실이건, 아니면 그냥 인생의 진리이건간에, 유행의 변화와 그로 인해 잊혀지는 이름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이전 글에서 브아솔 전성기의 마지막 시기로 꼽은 반쪽짜리 4집(Thank Your Soul-Side A) 발표 이후 1년 뒤인 2015년, 브아솔은 멤버들의 솔로곡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연쇄 싱글 전략을 구사하는 브아솔의 첫 타자는 바로 나얼이었고 <같은 시간 속의 너>로 흥행하며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 건재함이 브아솔의 건재함이 아니라 나얼의 건재함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영준, 성훈, 정엽이 차례로 싱글을 발표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누구나 알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 민망한 그 사실(브아솔=나얼)만 재확인한 사건이었다.
2015년 초의 솔로곡 프로젝트는 사실 그해 말 정규4집 발표 전에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는, 2010년과 2013년의 선공개 전략의 변형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규 4집은 지금 들어도 꽤나 매니아 취향의 곡인 <밤의 멜로디>를 타이틀로 내세웠고, 브아솔 명성 값으로 아주 잠깐 음원차트 1위를 찍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브아솔이라는 이름으로 1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음악을 해와서 그런지 멤버들은 대중성보다 소울 음악에 대한 갈증이 더 커보였고, 그러한 변화가 표현에 드러나기 시작한 게 4집인 것 같다.
이후 공연에 집중하던 브아솔은 4년 뒤에 5집의 하프앨범으로 돌아왔다. 타이틀 곡은 맨 처음 언급한 <그대의 밤, 나의 아침>으로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곡이다. 하지만 <밤의 멜로디>보다 훨씬 대중적인 취향으로 만들어진 이 곡이 발매 직후에도 차트 순위에 들지 못하면서, 이제 음원시장에서 브아솔의 네임밸류는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5집의 절반만 공개된 지도 어느새 3년이 지났는데 내년이 브아솔의 20주년이니 아마 곧 정규 5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상황만 보면 언제 활동을 중단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룹이지만, 5집의 반쪽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팬 입장에서 아직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 나얼과의 다른 멤버들 간의 인지도 차이 문제, 4집 이후 대중가수로서의 딜레마 등은 내 뇌피셜만은 아니다. 아래 영상은 2019년에 5집 하프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에 나온 영상으로 멤버들의 솔직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축축 처지는 영상의 분위기가 이 글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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