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 00:06ㆍMelody & Lyrics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사랑 같은 말을 내뱉고 작은 일에 웃음 지어놓고선
또 상처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것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2022)
내가 음악을 듣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가장 흔한 이유는 '귀의 허전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길을 걸을 때나, 운동할 때, 운전할 때, 컴퓨터하면서 그냥 허전할 때 등. 내가 하는 일에 크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을 때인데, 이때는 노래에도 별 신경을 안 기울인다. 내 집중도를 행동이랑 귀에 반반씩 나누는 느낌이랄까. 또 다른 이유는 음악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때인데, 보통 자기 전이나 퇴근 후에 멍하니 있을 때다. 두 이유가 연관이 없는 건 아니고, 후자의 이유로 좋아하게 된 노래들을 평소에 생각없이 틀어놓는 느낌이다.
그리고 음악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가사를 통해서는 다른 사람(아티스트)들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를 느끼고, 멜로디를 통해서는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감정 상태가 된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음악일기의 카테고리를 '멜로디와 가사'로 정한 게 내가 음악을 대하는 이분법적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물론 멜로디와 가사의 조화가 없다면 각각의 매력을 느끼기 전에 더 듣진 못할 것 같긴 하다.
허회경님의 노래는 평소 조용한 인디 노래를 종종 듣는 내 유튭 알고리즘에 떠서 접하게 되었고,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요즘 워낙 좋은 음악을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인디 가수들이 많고, 또 모르면 귀에 다 비슷비슷하게 들리기 쉬운데, 이 분의 음색은 흔한 것 같으면서도 인상 깊었다. 그리고나서 접하게 된 가사는 모든 단어에서 정말 많은 고민이 느껴지는 점이 좋았다. 날씨 같은 인생, 사랑 같은 말. 전치사 하나까지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삶에 지칠 때마다 "다들 그냥 그렇게 사는거지"라는 말이 유독 거슬릴 때가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애 취급 받는 느낌이랄까. 이 노래는 같은 고민으로 힘들어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 그게 내 심정과 비슷해서 많이 공감되는 것 같다.
※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잔잔한 분위기가 노래랑 잘 어울리긴 하다만 장면들이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는다.
+ 라이브 영상도 있다. 요런 갬성 노래답게 음원과 큰 차이가 있진 않다. 그만큼 노래를 잘하시는 거겠지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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